팬픽 : 데미지 - 4

by 니르바나  /  on Apr 28, 2008 01:00
 

Damage : Part. 4

 

 

지구의 70퍼센트를 지배하며, 한때 <아쿠아맨>으로 불리던 바다의 제왕 오린은 오랜 친구의 방문에도 왕좌에서 일어나지 않고 매우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녀가 결코 사적인 이유로 찾아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늘 그래왔듯 당당한 자세로 바다의 제왕을 똑바로 응시했다. 5대양을 지배하는 아틀란티스의 왕을 상대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오린이 바다의 제왕이라면 그녀는 아마존의 밀사다.

“오랜만이야, 아서. 얼굴이 좋아졌네.”

“이제 그 이름으로 날 부르지마, 다이애나.”

오린의 태도는 시종 냉담했다.

“정말 여전하군, 당신은. 알았어,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줄게. 그나마 당신의 후계자가 그런 부분은 당신을 닮지 않아서 다행이야.”

“어서 본론이나 말해, 아마존의 공주.”

결국 다이애나는 참지 못하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녀에게서 살기마저 뿜어져 나오자 근위병들이 경계심을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오린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나와 입씨름이나 하자고 찾아온 게 아닐 텐데? 나는 지상의 작은 땅들을 지배하는 정치가들처럼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항상 처리해야할 일이 넘쳐나. 그러니 본론이나 말해.”

“로이스가 죽어가고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해.”

로이스의 이름이 언급되자 오린의 눈썹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으며 뒤물었다.

“나는 의사가 아니야. 의사가 필요하다면 JSA를 찾아가야지,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이미 닥터 미드나이트가 그녀를 돌보고 있어. 하지만 그의 말로는 가망이 없댔어. 알겠어? 오린, 의학의 힘으로는 그녀를 살릴 수가 없어. 그 이상의 힘이 필요해.”

“그렇다면 닥터 페이트나 자타나를 찾아갈 일이지, 나는 마법사가 아니야, 다이애나. 설마,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고 내가 누구라는 것조차 잊은 건 아니겠지?”

다이애나는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노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닥터 페이트가 너를 지목했어. 아니, 정확히는 너를 통해 레이디 오브 더 레이크의 힘을 빌리려는 거야. 그녀가 지닌 치유의 힘이라면 로이스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어. 한시가 급해. 그녀의 목숨이 아주 위태롭다고. 만약에 그녀가 죽기라도 한다면…….”

“칼 엘의 분노가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기도 한다는 말인가? 내가 지상인들을 염려하는 박애주의자로 보이나. 틀렸어, 다이애나. 내 영역은 바다야. 지상은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런 이들을 위해서 왜 내가 나서야지?”

“맙소사! 오린! 당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알기나 해? 내 말을 제대로 듣기나 한 거야? 로이스라고, 알겠어? 나와 당신의 친구인 클락의 아내, 로이스라고! 지금 그녀가 죽어가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이야? 빌어먹을! 나에게 힘이 있었다면 당신을 찾아오지 않았다고. 이 편협한 이기주의자야!”

“내가 더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군, 다이애나.”

원더우먼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잘난 그의 낯짝을 갈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와 같은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그녀는 결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과거의 아쿠아맨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군. 잘 있어, 오린. 바다 밑에 처박혀서 잘난 왕 노릇이나 실컷 하면서 늙어가라고. 그리고 오늘 일을 절대 잊지 마. 나도 영원히 기억할 테니까. 배웅은 사양하겠어. 난 친구가 아닌 자의 배웅은 원치 않으니까.”

말을 마친 원더우먼은 어딘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또 다른 희망을 찾아나섰다.

그녀가 사라진 직후, 오린의 표정이 서서히 바뀌어갔다.

히죽. 웃고 있었다. 조커의 것보다 더 섬뜩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려 있었다. 웃고 있는 오린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그는 오린의 오랜 숙적인 블랙 맨터였다. 숙적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오린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반기는 듯했다.

“역시 네 말이 맞았어, 블랙 맨터.”

“큭큭큭, 이로써 로이스 레인은 마지막 기회를 잃은 셈이군. 이제 그 외계인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거야. 그러면 지상인들은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일엔 무관심해지겠지.당장 자기들 안위부터 걱정해야 하니까 말이야. 그 말은 곧 우리의 오랜 숙원이 가까워졌다는 의미고. 안 그런가?오션 마스터.”

“맞아. 하지만, 우리가 제때에 오린을 사로잡지 못했더라면 일을 그르칠 뻔했어. 어쨌든 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 이제부터는 우리의 동맹이 알아서 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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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 출판기획자 / 연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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