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 데미지 - 5

by 니르바나  /  on Apr 30, 2008 16:16

 

Damage : Part. 5

 

 

메트로폴리스의 지하 갱도.

시궁쥐들이 제집처럼 돌아다니고, 악취가 진동하는 이 지하수로에는 전직 미합중국 대통령이자 렉스 콥의 CEO였던 렉스 루터의 비밀은신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수 개월 동안 계속해온 은둔 생활에 서서히 진력이 나기 시작한 루터는 지상에서 일어난 뜻밖의 사건을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전해듣고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슈퍼맨에 대한 증오는 여전했지만 이런 식의 복수는 그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불안해지기도 했다. 이번 일의 배후로 자신이 지목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터는 다른 계획에 몰두하느라 이번 일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슈퍼맨이나 저스티스 리그가 그런 변명을 들어줄 리는 없겠지만. 여하간 뭔가 일이 꼬였다는 느낌이었다.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고 있지, 렉스 루터?”

토이맨이었다.

루터와 그는 메탈로에게서 분리한 크립토나이트를 대량복제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공동의 적인 슈퍼맨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그런데 누군가 선수를 친 것이다.

“로이스 레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군.”

“그렇다면 잘된 일 아닌가? 그 빌어먹을 외계인 놈의 가슴이 찢어질 테니까 말이야.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었군 그래.

“그래서 누군가 대신 했지. 난 그게 못 마땅한 거야.”

“그렇군. 그게 불만이었나. 하긴 나도 그게 좀 아쉽게 해. 우리가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데 말이야.”

토이맨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듯해.”

“다시 동맹의 필요성을 느끼는 건가, 루터.”

“아니, 이제 저들과 손을 잡진 않을 거야. 이미 몇 번이나 교훈을 얻었지 않았나. 조커나 그 빌어먹을 고릴라와는 맞지 않아. 난 내 방식대로 일을 할 거야.”

“그래도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는 필요하지 않겠어?”

“그거야 그렇지.”

그때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루터와 토이맨은 생각지도 못한 손님의 방문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미처 무기를 챙길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바로 숙적 중 하나인 배트맨이었다.

“여긴 어떻게 알았지? 아니지, 그런 질문은 왠지 우습군. 이렇게 태연히 나타났다는 것은 뭔가 용건이 있다는 의미겠지?”

“여전히 머리는 잘 돌아가는군, 루터. 맞았어. 난 네게 용건이 있어서 온 거야. 널 찾느라고 전 세계의 위성을 총 동원해야 했지. 숩을 찾지는 못해도 너는 찾을 수 있더군.”

“역시 그 외계인이 문제로군.”

“그래 불행히도 지금은 그가 문제야.”

배트맨은 루터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좋아, 배트맨. 시시껄렁한 서론은 집어치우고 본론부터 말 해. 보시다시피 난 무척 바쁘니까.”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루터.”

“하아?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이봐, 토이맨. 지금 이 음침한 작자가 뭐라고 한 거지?”

“틀림없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어, 루터.”

“라고 하는군. 이건 또 무슨 농담이지? 오늘이 무슨 만우절이라도 되는가?”

“빌어먹을! 이봐! 루터, 난 지금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고. 알겠어? 날 돕던가, 아니면 당장 아캄의 독방에 입주하던가, 양자 택일을 하라고! 셋, 둘, 하나!”

“어이, 진정해. 일단 그 부탁이 뭔지부터 말해보라고.”

“이미 내용을 알고 있지 않은가?”

배트맨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루터가 희미하게 웃었다.

“후후후, 그런 부탁이라면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지.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웃지 마, 루터. 나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으니까. 난 지금 아주 기분이 엿 같아. 그러니 그 주둥아리 닥치라고. 내 마음이 바뀌면 너도 재미가 없을 거야.”

“알았어, 알았다고. 여하튼 정말 재미있겠는걸. 너와 내가 힘을 합쳐서 그 외계인을 사냥한단 말이지…….”

배트맨은 루터의 웃는 낯짝을 뒤로 하고 아지트를 빠져나왔다. 수로를 따라 지상으로 향하고 있는데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브루스. 그는 너의 오랜 친구였잖아…….”

그녀는 캣우먼이었다.

“지금은 아무 것도 묻지 마, 아무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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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 출판기획자 / 연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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