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 데미지 - 11

by 니르바나  /  on Aug 05, 2008 18:01

Damage : Part. 11

 

 

슈퍼맨, 갱버스터, 맨 오브 스틸.

사람들이 나를 부를 때 쓰는 호칭들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외에도 나를 가리키는 별칭이 많다는 것을. 그것은 나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대변하기도 한다.

덩치 큰 보이스카우트, 빅 블루, 숩스…….

그들은 종종 나를 힘만 센 멍청이로 생각한다.

나의 오랜 숙적인 루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의 적들로부터 평가절하되는 일도 허다하다. 객관적으로 봐도 나는 지구상의 모든 메타휴먼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슈퍼파워를 지녔음에도 <크립토나이트>라는 내 고향별의 돌맹이 하나 때문에 내 가치는 한없이 추락한다.

심지어 어떤 자들은 나를 슈퍼파워가 전혀 없는 리그의 멤버들보다도 나약한 존재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불행히도 그들 대다수는 내가 언제 어느 때라도 무한한 자비를 베풀 거라고 착각한다. 물론 한때 나는 그런 태도를 고수했었다. 어쩌면 내가 지닌 가장 강력한 슈퍼파워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절제력인지도 모른다. 나는 때로 멍청하게 보일 정도로 잘 참는다. 사실이 그렇다. 그 옛날, 처음으로 나의 힘을 자각했던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끊임없이 내 힘을 억제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했다. 나는 가볍게 손을 얹는 것만으로도 어른 남자의 쇄골을 부술 뿐만 아니라 그의 척추를 완전히 박살내서 영구적인 불구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정말 쉽다. 그냥 손을 그의 몸에 얹기만 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나는 그저 응시하는 것만로도, 그 상대를 불과 몇 초만에 재로 바꿀 수 있다. 내 스스로 봉인한 고대 크립토의 전투기술을 이용하면 지구상의 어떤 무예가라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아니, 그 전에 그들의 주먹은 내게 상처 하나 남길 수 없다.

크립토나이트? 물론 여전히 내게 위협적이다.

하지만 나는 상대가 그 빌어먹을 돌맹이를 꺼내기 전에 제압할 수 있다. 아니, 지금이라면 그냥 그를 태워버릴지도 모르겠다. 상대의 수가 얼마나 되는 것은 중요치 않다. 나의 히트비전은 레이저가 아니다. 범위가 아무리 넓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마음만 먹으면 히트비전으로 지구내부의 핵을 자극해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냥 충동적으로 말이다. 만약 내게 절제력이 없었다면, 나는 오래 전에 '재앙'으로 불렸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내 이런 힘들의 원천은 노란 태양이라는 것을.

나는 헨리의 연구실에서 기밀문서 하나를 빼왔다. 

엔트로피 이지스 갑옷의 설계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저 힘만 센 바보로 알고 있지만, 또 극소수는 내가 아주 뛰어난 과학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안다. 예를 들면 브루스나, 미스터 테라픽, 카터 홀, 헤밀튼 교수 같은 자들.

그렇다.

나의 아버지는 크립토 별 최고의 과학자였던 조 엘이다.

나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고, 오래 전부터 고독의 요새에 머물면서 크립토 별의 과학지식을 습득해왔다. 단지 내 슈퍼파워에 가려 있을 뿐, 나는 광대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지식을 소유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나는 그 재능을 발휘하여, 엔트로피 이지스 갑옷을 재설계하고 기능적으로도 훨씬 발전한 형태로 개발해냈다.

나는 붉은 망토를 버리고, 파란 스판덱스도 버렸다.

대신 내구성이 뛰어난 크립토 별의 검은 전투복을 입고, 다시 새로 창조해낸 엔트로피 이지스 갑옷 IV를 입었다. 

이제 사람들은 나를 더 이상 빅 블루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또 내 새로운 코스튬을 우스꽝스런 성조기 패션이라고 빗대어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공포'로 각인될 것이며, 그것은 브루스가 지난 세월 고담에서 구축한 이미지와는 차원이 다른 공포가 될 것이다. 물론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정의'를 행할 것이나, 그것을 '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 따위엔 관심이 없다.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예전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지구상의 인간들 위에 군림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내 행동의 정당성을 그들에게 물을 생각 또한 없다.

사실 나는 오래 전에 이랬어야 했다.

<그녀>를 잃기 전에.

 

지금 내 발아래에는 무수한 불빛들이 빛나고 있다.

이곳은 고담 시티.

지구상에서 가장 타락한 도시.

브루스는 이 도시를 효과적으로 장악하지 못했다.

그 긴 세월을 허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커의 광기는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리들러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펭귄은 사람들을 착취하고, 한때 브루스를 빈사에 이르게 했던 베인은 지금도 거리를 배회하며 폭력을 휘두른다.

직무유기. 브루스는 진즉에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그들에겐 아캄의 수용시설은 그저 한때의 여가를 보내는 휴양지나 다름없다. 

나는 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마치 나나 브루스의 의지가 긴 세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아마 브루스가 은퇴하고, 딕이나 팀이 그 뒤를 이어 배트맨의 망토를 걸치게 되어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으로 정했다.

고담이란 도시는, 내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결심은, 한편으로 브루스와의 오랜 우정을 고려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조건 없는 봉사를 해왔다. 하지만 무지한 시민들은 그의 노고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과연 누가 알아주는가? 누가 그의 과거를 아파해주고 연민을 느끼는가.

이제 브루스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다행히 지금 고담에는 브루스가 없다.

그것은 내가 이곳에서 '일'을 벌이는 동안 그와 마주칠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팀이나 헌티리스, 버즈 오브 프레이의 멤버들이 있지만 그들은 내게 어떤 위협도 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다.

지금 내 곁에는 나의 사촌, 카라가 함께 하고 있다.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붉은 망토를 버렸다.

검정색 크립토 전투복을 입은 그녀는 내가 행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주일이면 확실히 놈들로서는 오래 참은 것이다.

하지만 그게 한계겠지.

박물관을 습격하는 조커 일당이 보인다.

중앙은행의 금고를 털겠다고 계획을 짜고 있는 펭귄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담의 지하수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클레이페이스가 보인다. 어느 자선 파티장에서 부유한 남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포이즌 아이비도 포착된다.

공교롭게도 놈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슈퍼맨'이니까.

내일이면 사람들은 알게 될 것이다.

오늘밤이 바로 <심판>의 첫날이라는 것을.

“시작하자,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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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 출판기획자 / 연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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