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 데미지 - 12

by 니르바나  /  on Aug 29, 2008 18:28

Damage : Part. 12

 

 

내 이름은 다이애나.

사람들은 나를 원더우먼이라고 부르고, 이제는 그 호칭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나는 아마존을 대표하는 대사이며, 한편으로 저스티스 리그(JLA)의 멤버이기도 하다. 더불어 배트맨, 마샨 맨 헌터, 그리고 슈퍼맨의 오랜 친구이다.

슈퍼맨. 그를 이렇게 부를 때, 나는 리그에서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동료이다. 그는 슈퍼맨이라는 이름처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막강한 힘을 지닌 메타휴먼이다. 마음만 먹으면 산을 옮길 수도 있고, 핵폭발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약점은 존재한다. 얄궂게도 그는 자신의 고향에서 떨어져나온 돌덩이에 장시간 노출되면 목숨을 잃고 만다. 또한 그는 마법에 취약하다. 반면 나는 마법적인 존재여서 그의 그런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는 무적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클라크. 이제 나는 그렇게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이 이름으로 부를 때면 그의 곁에 '로이스'가 있음을 자각한다. 누구나, 그녀가 클라크 켄트의 배우자라는 운명을 갖고 타고난 여성임을 인정한다. 나 역시도 그 사실을 알기에 언제나 클라크와는 간격을 둔다. 우리는 한때 서로 다른 조건에서 만났다면 연인이 될 수도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나와 그 사이에 채워질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한다. 일주일 전에 클라크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그때부터 그에게 클라크라는 이름은 죽은 아내를 떠올리는 촉매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오래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너무나 고통스러웠으니까. 가족을 잃는다는 슬픔은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 오직 시간만이 상처를 아물게 할 뿐이다.

칼 엘. 나는 그를 이렇게 부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는 슈퍼걸이 나타나기 전까지 전 우주에서 단 한 명 밖에 남지 않은 유일한 클립토니언이었다. 부모도, 가족도, 친척도, 동포도 없이 이 우주에 홀로 남겨진 것이다. 그는 누구나 존경해 마지 않는 모범적인 영웅이며 강인한 정신력의 남자지만 때때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내비치곤 한다. 그래서 그를 이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칫 그의 아픔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종종 그를 칼 엘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이것은 나만이 누리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칼 엘이라 부를 때마다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를 앞으로도 칼 엘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더 이상 지구인 클라크가 아님을 선포했으니까. 이제는 모두가 그를 칼 엘이라고 부르는 날이 왔는지도.

지금 나는 투명비행기를 타고 고담시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

내 발 아래에는 매우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적어도 어제까지의 고담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렇다. 밤사이에 고담은 변했다.

고담의 모든 갱들이 사라졌다.

그 사실에, 모든 시민들이 환호했다.

어쩌면 이제 고담의 밤하늘에 배트시그널을 비출 일은 없을 지도 모른다. 브루스는 더 이상 배트맨의 망토를 걸치고 밤거리를 휘젓고 다닐 필요가 없다. 적어도 이 고담에서는.

지금 브루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기분일까.

슈퍼맨과 그의 하나 뿐인 사촌은 고담의 모든 갱들을 그 무시무사한 팬텀 존에 가둬버렸다. 아캄이 아니다.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팬텀 존에 가둔 것이다.

이전의 그를 생각한다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는 변했다. 전과 달리 단호해졌다.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혼란스럽다.

앞으로 그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와 맞서야 하는가.

그를 저지해야할까?

무엇이 정의인가? 아니, 누가 옳은가?

나는,

이제 그를 칼 엘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 호칭이 너무나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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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ature by "니르바나" profile

소설가 / 출판기획자 / 연애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 컨텐츠 기획자
Comment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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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Profile
    from. [레벨:0] DAREDEVIL   on 2008.08.30 13:42
    마지막 짤방은...뭔가 큰 의미가 있는...
  • profile
    from. [레벨:6] dimelife   on 2008.09.03 01:59

    재밌게 읽고있습니다. :)

  • No Profile
    from. [레벨:3] 블레인   on 2008.09.05 07:36
    잼있네요 계속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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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3] 이크홀   on 2008.09.15 23:20
    잘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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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0] 귀선자   on 2008.09.23 01:30

    슈퍼맨과 원더우먼.
    로이스의 죽음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걸까요?
    그게 아니면 슈퍼맨과 슈퍼걸?
    그나저나 역시 절친한 친구랄까요?
    슈퍼맨은 친구 배트맨의 장점만 취하고, 단점은 버린 완벽한 의미의 악인처단자로 바뀌었군요.
    역시 그나마 슈퍼맨과 대적할 만 상대는 배트맨 뿐일까요?
    배트맨의 말빨신공은 천하일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그도 아니면 원더우먼과의 협공?
    아무쪼록 부디 기적이 일어나기를.(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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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5] 샤이후   on 2009.06.01 01:06
    글 정말 흡임력있게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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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8] nuhgnoj   on 2009.08.15 20:42
    누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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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3] BreezyNight   on 2009.09.15 15:51
    오오오 원더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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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2] 모세의기절   on 2010.02.22 23:15

    이미 엎질러진물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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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0]title: 노르트 철싸   on 2011.07.09 10:09

    정말 다 없애다니.. 슈퍼맨 큰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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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0] 탱그리리   on 2012.05.06 23:03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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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1] 황사   on 2012.08.12 14:08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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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2] 프린지   on 2013.08.22 17:51
    그래도 다행이 선은 안넘었군요...제가 생각한 선은 아에 죽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역시 숲은 숲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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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레벨:0] 효성22   on 2015.09.02 13:14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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