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고담의 역신[疫神] - 3(하)

by 마왕  /  on Dec 30, 2012 01:32

고든이 한숨을 쉰다. 받아든 소포엔 '당신의 J‘라고 쓰여 있다. 자필로 쓴듯하다. 조커의 자필 서명. 보통 조커는 카드를 보내거나 화려하게 방송을 했다. 그런데 소포에 자필. 처음 있는 일이다. 예의 그 조커의 아이와 관계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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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과 이야기를 마친 배트맨은 차를 몰고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나눈 이야기로는 방송에서 나와 죽은 남자는 맥 닐이라는 저명한 과학자라는 것. 그 부분 이상의 정보는 배트맨이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의 주 연구 분야는 화학과 유전공학으로 주로 인간 생명의 연장과 재생 노화와 관련된 부문으로 상당한 이름을 알린 과학자라는 것이었다. 그는 화장품계열이나 유전공학계열에서 명성으로 상당한 러브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평범하게 그는 10년 전부터는 메트로폴리스에 있는 데깃의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화장품 회사는 그가 들어가고 1년 4개월 뒤, 렉스루터가 사들였다. 클레이 페이스 소동으로 사실 화장품 사업은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렉스가 사들이겠다는 그 제안을 데깃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렉스와 데깃 그 둘은 화장품 회사를 팔았을 때의 사업적인 만남 빼고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들의 연관성을 든다면 그들이 어떻게든지 사심을 위해 돈을 쓰고 사람들의 돈을 빼앗을지 머리 굴리는 것만 뺀다면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데깃은 화장품 회사를 판 뒤, 이식과 관련된 생명공학 쪽에 손을 뻗었다. 실제로 그는 인조 피부를 팔고 있었으며, 그 피부는 현재 의사나 환자들이 상당히 선호하는 회사이다.

 

배트맨은 지금 소포에 담겨있었던 카드에 적힌 주소로 가고 있었다. 카드에도 ‘당신의 J.’라고 타이핑 되어 있었다. 장소는 크라임엘리. 그리고 사진을 보면 잡혀있는 사람은 고담 갱 중, 주로 밀수입의 큰손인 자였다. 그런데 왜 그자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답은 어쩌면 가깝지 않을까.

 

배트맨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파악된 조커의 부하들은 약 6명. 인질인 남자 옆으로 벽에 기대어 서 있거나 앉아 있었다. 모두들 가면을 쓰고 있다. 조커가 어떻게 이 사람들을 빼내오면서 자신을 숨겼는지 궁금하다. 그건 조커의 스타일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조커는 절대 소리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시끄럽고 요란하다. 어쩌면 이 스타일의 변화가 조커의 범죄행각에 무서운 변화를 가져왔다는 뜻이 될지도 모른다…….

 

‘……?!’

 

정황을 살피던 배트맨이 이상함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곤 바닥으로 내려선다. 모두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보통 배트맨이 내려서면, 놀라서든지 공포이든지 공격을 할 그들이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배트맨이 기대어 서있는 남자의 가면을 벗겨낸다. 웃고 있는 채로 굳어있다. 그들은 이미 모두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 모두의 얼굴을 어렵게 확인해 본 결과 6개월 전 탈출한 정신병자들이었다. 그리고 인질도 사진으로 보내온 인질이 맞다. 다른 죽은 자들과 똑같이 웃고 있었다. 배트맨이 그 시체를 확인하면, 그 시체는 일종의 ‘고문’을 당한 흔적이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커가 고문을 한 것일 것이다. 혹은 자신의 부하에게 명령하거나. 조커는 자신 스스로가 거의 나서지 않고 명령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러운 일을 똘마니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고문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를 재미있게 하였기 때문에 이 자를 고문하게 하였을까.

 

시체를 확인하고 있는 배트맨이 움직이다 말고 벽에 가까이 세워져 있는 의자에 앉은 남자시체 쪽을 본다. 미세하지만, 무언가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동작을 멈춘 채로 귀 기울이던 배트맨은 황급히 오른쪽에 난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나고 훅이 발사되면 엄청난 크기의 폭발이 그를 뒤따르고 있다. 크라임엘리 한 복판에 새빨간 불이 솟아올랐다.

 

그가 땅에 내려설 때 로빈에게서 통신이 오고 있었다.

 

[‘배트맨, 문제가 생겼어요. 그 정신병자들이 데깃 인더스트리를 점령하고 있어요. 요구조건은 아직 없고, 위층에 인질 2명. 나머지 28명은 그 아래층에 묶어두고 있고요. 그리고 정신병자들을 막던 경비원 둘이 총에 맞았어요. 난 지금 막 그 놈들이 28명의 인질을 붙잡고 있는 층의 환풍구에 도착했고요.’]

 

사실 데깃은 인조 피부와 이식 말고도, ‘더러운 산업’에 상당히 손을 대는 거물이다. 배트맨도 그를 몇 번이나 기소하려고 했으나, 운이 좋은 자였다. 최근까지의 그의 범법행위는 고담 빈민가를 밀어버리려고 했던 것과, 나중에 클 것 같은 중소기업을 어떻게든 망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냥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 다른말로 하면 큰 '일'이 없다.

 

‘알았어. 그리로 간다. 내가 갈 때까지 가만히 있어.’

 

미끼였나. 이곳은…….

 

배트맨이 자신의 차에 타려고 골목길로 들어선 순간 앳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보통 아이의 목소리와 달리 무언가 다르다. 그리고 그가 주위를 살피다가 왼쪽의 한 어두운 골목에서 날아온 그레네이드에 몸을 피한다. 그가 몸을 피하자 날아간 그레네이드 탄은 그의 카 바퀴에 맞고 있었다.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차체가 잠시 들썩이는가 싶더니 쿵하면서 떨어진다. 차의 앞바퀴가 열기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조커와 비슷한 웃음소리. 배트맨이 그 뒤를 쫒으려고 했지만, 마치 예정이라도 되었던 듯 다시 로빈이 접촉해왔다.

 

[‘배트맨, 인질들을 붙잡고 있던 놈들 중에서 한 놈이 인질을 쏘아서 밖으로 던졌어요. 어쨌거나 그는 더 이상 인질이 아니게 되었네요.’]

 

‘내가 갈 때까지 저지해..’

 

‘알겠습니다. 아버지. 상황이 심각해요. 이놈들 무전을……. 인질들을 죽이려고 해요. 로빈 아웃!’

 

‘…….’

 

계획 따위 없는 게 아니다. 계획이 ‘끝난’것이다. 이곳의 목적은 배트맨의 발을 묶어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 들의 계획은 끝이 났고 끝난 계획 뒤에 정신병자들은 풀려난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하도록……. 어떻게 저런 광기를 가지고 있는 자들을 다뤄낸 것인가. 그의 머리로는 알 수 없다. 절대…….

 

그가 지하통로를 이용해 바이크를 타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상황은 그럭저럭 끝난 뒤였다. 몇몇은 잡혀서 나오고 있었고, 고담 스왓팀의 총에 맞은 것인지, 검은 시체 플라스틱 백에 담겨 나오는 모습도 보인다. 고담 스왓팀을 보던 배트맨이 로빈 바이크 안장에 앉아있는 로빈에게로 다가간다. 왼쪽 팔에 총탄이 스친 듯 피가 흐르는 팔을 누르고 있는 로빈은 배트맨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괜찮나?’

 

‘네. 하지만 몇몇은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무언가를 가져갔어요.’

 

아들의 대답을 들은 그가 돌아서서 고든에게로 다가간다.

 

‘크라임 엘리에서 폭발사고 전해 들었다네. 괜찮은가?’

 

‘괜찮소. 크라임 엘리는 미끼였네. 조커는 애초에 데깃 인더스트리에서 인질극을 벌릴 심산이었던 거요. 그곳에 도착해 보니 산 사람이 없더군.’

 

‘……후우. 사망자는 맥스 리, 앤드류 챈 이라는 자네. 나머지 28명의 인질들은 무사하게 구출되었다네. 꼬마덕분에.’

 

‘맥스와 앤드류 둘 다 데깃의 오른팔과 왼팔 같은 자들이오.’

 

배트맨의 머릿속에 의문이 인다. 만약 인질극을 벌릴 심산이라면 모두다 잡아두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인질들은 2분단으로 만들어 잡아두었다. 이건 애초에 28명은 인질의 가치가 크게 없었다는 것이다. 인질의 가치는 죽은 두 명. 그리고 크라임엘리에서의 일이 끝나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조커의 범죄는 정해진 규칙 같은 일정한 패턴이 없다. 마치 서프라이즈 파티처럼 아이디어를 짜고 반전을 노린다. 아마 이 범죄의 반전은 ‘배트맨 따돌리기.’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커가 어딜 칠 것인지 힌트조차 없었다. 배트맨을 엘리로 보냈고, 배트맨이 자리를 비우게 되자 다른 곳에서 일을 벌인 것이다.

 

‘조커는 보통 자신이 한 일을 가까이서 보지 않나요?’

 

동굴로 돌아온 배트맨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로빈은 그 옆에 서 있었다.

 

‘그렇지.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야. 데미안. 그는 그가 재미있다고 느낄 때 본다. 하지만 이 범죄는 조커의 소행치고 너무 규칙적이야. 그리고 이 사건에는 ’조커의 아들‘이라는 키워드가 있어. 문제는 이번에 죽은 이 2명의 피해자가 무슨 연관이 있냐는 것이다.’

 

‘조커보이? 하지만 이상하지 않나요? 목소리 검색결과 적어도 이제 겨우 10살 이상 될 것같은 아이의 목소리인데 12여 년 전 할리는 4년 동안 갇혀 있었어요. 그것도 다른 시의 감옥에 갇혀서 3년 아캄에서 1년. 그리고 조커는 그 사이 간간히 활동했지만, 정신판정 때문에 할리와 달리 더 잘 풀려났고요. 거의 매번 한두 시간이더군요. 몰래 만났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말이 안 되고, 된다고 하더라도 조커가 제 발로 아캄에 갈일이 몇 번일까요. 그것도 이용해 먹곤 버릴 여자를 위해서?’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를 위한 계획 같다는 거다. 난 그게 그 ’아들을 위한것 같고. 크라임 엘리에서 내 차를 날려버린 녀석의 목소리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다.’

 

어두운 아지트 안에 어둑한 불이 켜지면 광대모습의 놀이기구가 들어온다. 발걸음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불은 범죄의 왕자의 왕좌까지 이어진다. 그때까지도 조커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가 배트맨한테 인사하고 온다고 했잖아.’

 

빛으로 나온 아이가 말한다. 얼굴에는 광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어린아이는 조커처럼 보라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정장이 아닌 보라색으로 염색된 바지, 간단한 녹색 티 그리고 녹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는 것 뿐. 그리고 그 아이는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눈 부분만 구멍이 나 있는 마스크는 조커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귀 부분 까지 찢어진 가면의 입 부분에서 아이의 말이 이어진다.

 

‘글쎄, 가니까. 부끄러워서 그레네이드만 주고 왔어.’

 

아이가 이어서 말한다.

 

‘뭐 괜찮아. 인사는 마지막 파티에서 하면 되지!’

 

아이의 말에 어둠속에 있는 범죄의 왕자가 함박 미소를 짓는다. 아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파티에 안 올 것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하자. 아마 이걸 보면 오고 싶어서 못 배길거야. 그전에 죽어서 뻗어버리겠지만. 아니 비트는 건가? 하하하하하하하!’

 

이틀 뒤, 배트맨과 로빈은 범행 현장에 서 있었다. 죽은 사람은 고담 갱스터 중에 한명이었다. 매춘에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집에서 피살된 채로 발견되어 있었다. 그는 허리를 심하게 비틀은 채로 웃으면서 죽어 있었다. 집안의 물건을 살펴보던 중 그가 봉인을 뜯고 본 소포를 본다. 그 안에 작은 연막탄 같은 구슬이 있었다. 조커가스다. 그 소포 안에는 ‘내가 보기엔 네가 고담 아가씨의 재미를 죽이는 것 같아서 보냈어. 좋은 죽음 되시라고! -J-’라고 쓰여 있었다.

 

‘대체 무슨 말인지. 그냥 고담에 있는 게 재미가 없어서 죽인건가?’

 

쪽지를 본 로빈이 말한다. 배트맨도 같은 생각이었다. 무엇이 조커에게 있어서 이 갱단 두목을 죽일 정도로 맘에 안 들게 한 것인가. 조커에게 있어서 고담의 ‘재미’란 혼돈 그자체 이다. 어쩌면 ‘규칙적인’ 범법행위를 하는 갱스터가 맘에 들지 않게 된 것인가. 아니면 만에 하나 정말로 아이로 인해 무언가 바뀐 것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배트맨이 소포박스를 본다. 박스 안쪽이 조금 얕다. 약 2mm정도. 소포 박스 안을 슬쩍 만지던 배트맨이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밑을 뜯어낸다. 그러면 그 안에 있는 피 묻은 카드하나.

 

 

[-로빈을 죽이는 일은 배트맨과 조커의 일 중 너무 특별했었다고 생각지 않아? 너의 J가. -]

 

Signature by "마왕" profile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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