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고담의 역신[疫神] - 4(상)

by 마왕  /  on Dec 30, 2012 01:35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아주 많이. 불길속에서 복부에 총을 맞고 쓰러졌던 나이트윙이 겨우 일어나고 있었다. 로빈은 다른 쪽에서 똘마니들과 싸우고 있었고. 불길 사이로 조커의 광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들리지만 조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일어난 그가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망설이는 사이 불에 탄 기둥들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있었다.

 

[‘안 돼!’]

 

배트맨이 소리 지른다. 그리고 갑자기 조커의 웃음소리가 멈춘다. 조커의 웃음소리는 스피커에서 나오던 것이었다. 전선이 불길에 타 버린 것이다. 똘마니들은 처리한 로빈이 배트맨에게 소리를 지르면 퍼뜩 전신을 차린 배트맨이 나이트윙이 있는 곳까지 망토로 가린 채 뛰어든다. 불길이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그를 감싼다. 그리고 겨우 늦지 않게 기절한 한명의 똘마니와 움직이지 않는 나이트윙을 등에 진 배트맨이 온 힘을 다해 건물에서 빠져나온다. 나머지 똘마니들은 혼란한 와중에 도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급한 것이 아니었다. 기절한 똘마니를 쇠로된 울타리 옆에 수갑으로 묶은 로빈이 배트맨에게 다가온다. 배트맨은 나이트윙의 가슴을 규칙적이고 빠르게 압박하고 있었다. 인공호흡. 나이트윙은 숨을 쉬지 않고 있다. 로빈이 나이트윙의 다리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한쪽 다리가…….

 

[‘아버지.’]

 

‘숨을 쉬지 않습니다’그러나 배트맨에겐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니 들리지만 듣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나이트윙…….’]

 

배트맨이 인공호흡을 멈추지 않는다. ‘두 번째다.’ 그의 파트너, 그의 친구. 그의 가족…….

 

 

 

그의 아들…….

 

 

 

또 그의 주위에 죽음이 드리우려 한다. 슬픔과 죽음을 두른 어둠이 더 짙어지려고 한다.

 

이 번 만큼은 제발……! 그는 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오,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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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疫神 - 4

 

[RED Robin & 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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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의 J.' 라 쓰여 있다. 자필이다.

 

이틀전 죽은 맥스 리와 앤드류 챈은 데깃의 최고 수하로서 주로 타사의 기술력 탈취나 뒷공작을 도맡아하는 녀석들이었다. 그 방법도 상당히 교묘한데다가 데깃과 자신들의 관련성을 최소한으로 해서 움직이는 상당히 머리깨나 쓰는 녀석들이었다. 데깃으로서는 최고의 부하임엔 틀림이 없다. 최근에는 고위층 같은 곳의 암거래를 맡았다고 한다. 브루스 웨인은 아무리 그렇고 그런 자라도 그런 ‘부류’에는 끼지 않았다. 호기심이다 뭐다 하는 것으로도 절대. 그리고 그들은 비밀을 철저하게 지키며 보호하고 있었기에. 항간에 들리는 신빙성이 조금 낮은 소문으로는 에이지리스(Ageless)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었다. ‘나이를 먹지 않는다.’라……. 하지만 이 소문은 반은 진실이겠지만 반은 거짓일 것이다.

 

배트맨이 그 카드를 증거봉투에 담아 가져간다. 이 카드에 묻어있는 피는 누구의 피인 것일까. 그것은 동굴에서 알아낼 것이다. 배트맨이 더 이상 조사할 것이 없자 자리를 떠난다.

 

그는 신속하게 동굴로 돌아왔다. 동굴 안은 간간히 박쥐가 찍찍 거리는 소리 외에는 매우 조용하다. 하지만 이내 그 정적은 오토바이의 엔진소리에 깨지고.

 

‘배트맨. 조커의 일인데 왜 저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동굴에서 DNA검사를 기다리고 있던 브루스의 뒤로 오토바이크의 소리가 멈춤과 거의 동시에 바이크의 위에 타고 있던 소년이 말한다. 그 소년의 목소리에는 연락 안 한 것에 대한 약간의 원망과 질책이 담겨 있었다.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배트맨이 뒤돌아보면 레드로빈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팀 도련님. 틴 타이탄 일은 수월히 잘 끝내셨나 보군요.’

 

‘다녀왔어요. 알프레드.’

 

‘아마, 아버지께선 네가 그다지 필요 없었나 보지. 드레이크.’

 

‘닥쳐. 데미안. …왜 연락 안 한 거예요.’

 

정적이 인다. 그 사이 뒤에서 확인결과창이 뜸을 알리는 알림음이 나면, 브루스는 의자를 돌려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레드로빈은 그에게 답을 듣지 못했지만, 사실 답은 나와 있었다. 답은 자신의 옆에 있는 트로피.

 

‘이 피는 렉스 루터의 피로군.’

 

배트맨이 말하면서 일어난다. 렉스는 거물이다. 그런데 카드에 그의 피가 묻어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몇 년 동안 사람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몇 년은 거의 조커가 잠적했던 시간과 거의 맞물렸다.

 

‘내가 가죠.’

 

일어나는 배트맨을 본 레드로빈이 말한다.

 

‘안 된다.’

 

‘왜 안 된다는 거죠? 브루스.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잖아요.’

 

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레드로빈은 아주 잘 해낼 것이다. 아주 잘.

 

 

마치 딕 처럼.

 

 

‘봐요. 브루스. 당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당신도 알잖아요. 네?’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든 끝난 이 후, 레드로빈과 로빈은 자신들의 바이크를 타고 동굴 밖으로 나가고, 배트맨은 배트윙에 올라타 동굴 바깥으로 날아간다.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알프레드의 표정은 어두웠다. 저택으로 올라가는 그의 등 너머로 트로피가 보인다. 하나의 트로피에는 로빈의 옷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가슴에 붉은 문양이 들어간 리어타드와 에스크리마 봉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나간 일이고 돌이킬 수 없겠지만 알프레드는 생각한다. 이때 딕 도련님이 있어주셨다면…….

 

레드로빈은 바이크를 상당한 속도로 몰고 있었다. 비가 그 소년의 얼굴을 때린다. 요즘 따라 계절에 맞지 않게 비가 자주 왔다. 그가 지나가는 도로의 옆에 있는 건물의 천사상이 비를 맞고 서 있다. 그 비는 마치 눈물처럼 천사상의 볼을 타고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밝아 달이 비치는데 비가 온다. 레드로빈이 기어를 바꾼다. 날카롭게 으르렁 거리던 바이크가 최대속력을 내면서 나아간다.

 

<- ‘그가 무엇을 염려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는 제이슨의 일과 딕의 일을 염려하는 것이다. 두 일 모두 자신의 최대의 적과 대치했던 상황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배트맨은 그 모든 일로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고 질책했다. 그리고 그랬던 그가 다시 돌아오기까진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인간의 적응력이란 어떨 때는 잔인한 것 같다. 제이슨이 그렇게 되고 방황했던 때 보다, 딕이 그렇게 되고 방황하였을 때, 배트맨은 오히려 더 빠르게 자신을 추슬렀다. 몇 배는 더 빠르게.’ ->

 

‘…….’

 

레드로빈의 바이크 플래시가 젖어있는 도로를 넓게 비춘다. 레드로빈의 심볼이 박힌 불빛이 앞을 보여준다. 레드로빈이 보이는 급커브에 속도도 거의 줄이지 않고 커브를 능숙하게 돌아 빠져나간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무도 없는 도로에 울린다.

 

<- ‘처음에 추스른 배트맨을 보면서 왜일까 조금 야속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난 딕하고 친했으니까. 내 형과 친했으니까. 그는 내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남에게 못 할 이야기, 깊은 이야기. 그래서 쉽게 일어난 것 같은 그가 미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그런 마음이 아닐 것임은 이미 잘 알고 있었으면서, 나는 생떼를 부린 것이다. 배트맨이 빠르게 회복했다는 것 하지만 그게 옳다. 그는 고담에 필요하다. 그가 없으면 고담의 평화가 지속되기 힘들다. 고담이 있기에 그가 존재하지만, 그가 있기에 고담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레드로빈은 지금 데깃이 무얼 잃어버렸는지 로빈과 알아보러 가는 중이었다. 뒤에서 로빈의 바이크가 멍멍거린다. 그리고 귀에 있는 수신기에서 들려오는 비꼬는 목소리.

 

‘뭐하냐. 드레이크. 폭주족놀이?’

 

그 도발에는 일일이 대답하기도 싫다. 이 사악한 애새끼야.[Little Demon Brat.]

 

‘아버지께서 네가 하겠다는 일을 거절한 걸로 삐졌냐?’

 

이놈이 말하는 것으로 일일이 화내고 싶지 않지만, 레드로빈은 지금 이 말로 성질이 안 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더 참는다. 저 삐딱한 애한테 말려들 순 없지 않나.

 

‘적당히 해. 우린지금 조커의 일을 해결해야 해. 그러려면 데깃과 조커의 관계를 알아내야 하고.’

 

레드로빈이 말한다. 이 말을 쥐똥만큼이라도 들었으면 한다. 하지만 대답은 로빈의 바이크가 레드로빈의 바이크 옆에서 튀어나와 앞으로 치고나오면서 매연을 뿜고는 쭉 나가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 ‘…….’ ->

 

애새끼…….

 

‘아까 말한 그거 어디 있지? 아저씨?’

 

조커 마스크를 쓴 아이가 말한다. 목소린 상당히 귀엽다. 분명히 귀엽게 생길 아이였을 테지만…….

 

어두운 곳 전구 밑의 남자는 병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침대에 묶여 겁에 질린 얼굴로 아이를 본다. 아이는 정상이 아니었다. 아니 이미 조커 마스크를 쓰고 실실대는 아이를 정상운운하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히...히익! 으아아아아! 다 말했잖아! 아아아아아-! 거짓말 아니야아아아!’

 

아이는 남자의 말이 흡족하지 못한지, 그의 손등위에 네일건을 댄다. 이미 그의 손등위에는 10이상의 못이 박혀있었다. 그중 7개는 그냥 재미로 그 아이가 박은 것이다. 질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하지만 그 질문은 사실 남자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고통과 공포로 뇌가 굳어서 생각 안 나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럴수록 결국 고통만 더해질 뿐이다. 그래서 남자는 머리를 죽어라 굴린다. 자기 옆 땅바닥에 널브러진- 마치 팔다리랑 온몸이 선인장 같은 꼴이 되어서 오른쪽 눈알에 못 박힌 동료의 시체처럼 되기 전에.

 

‘디스켓은 데깃의 금고 안에 있단 말이야아아아아-! 데깃은… 아직까지도..흑.. 중요한 파일이나 정보는 자신의 몸에 지닌다고……. 으흐흐흑~.’

 

남자가 공포에 흐느낀다.

 

‘집 금고에 없었거든요?’

 

‘회사… 회사에도 금고가 있어. 으흑…….’

 

그 말에 아이가 네일건을 치운다.

 

‘뭐야~ 그렇다면 그렇다고 먼저 예기를 해 줬어야지. 아저씨. 갔다오고 헛물켜서 화났었잖아. 미안해~ 히히. 그래서 그 금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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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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