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고담의 역신[疫神] - 3(상)

by 마왕  /  on Dec 30, 2012 01:28

.....고려해 봤는데 한 편의 글을 반으로 퉁 잘라서 올리는게 읽기 편하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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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향한 곳은 아캄 수용소. 고담의 악질적인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모인 곳이다. 그가 배트카에서 내린다. 아직 배트맨이 움직이기에 이른 시간. 소름끼치는 회색의 아캄 외벽이 그를 반긴다. 겉과 안, 그 모든 곳을 돌아다보면 과연 이곳이 미친 자들을 갱생시키기 위한 곳인지, 아니면 그들은 더 이상 사회에 못 내보내도록 봉인하려고 하는 곳인지 혼란이 온다. 하지만 아캄의 과거 일들을 모두 알고 있는 자라면 모든 이야기를 떠나 이곳이 저주 받은 곳이며 광기에 씌인자를 불러들이는 숙명을 가진 곳이라 말하리라. 피로 얼룩진 과거위에 광기에 싸인 자들이 갇혀있다. 아니,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차라리 이렇게 말하고 싶다. 광기를 가진 자들의 집이자, 고향이자, 빠져나가지 못할 미로…….

 

‘이른 시간인 것 같군요. 배트맨.’

 

‘할리퀸을 만나러 왔소.’

 

배트맨이 말하면 수용소 경비원이 병실을 말한다. 그러면 배트맨은 지체 없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지나가면서 보이는 유리벽들을 보면, 그가 가둔 다양한 악당들과 수용된 환자 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치는 그의 발걸음은 빠르고 일정하다. 그런 그가 지나가는 한 수용실 안에는 산[酸]으로 추락한 하비 덴트가 자신의 동전을 튀기면서 편안히 않아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일부러 빛을 꺼두고 공기가 빠져나가는 환풍구를 따로 만들어 독 포자나 최면 가루, 페로몬 같은 것이 복도 안쪽으로 새지 못하게 만든 특수 수용실 안쪽의 포이즌 아이비. 유리 안에서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는 클레이 페이스까지……. 그리고 그들을 지나쳐 한 병실 앞에 선다. 아캄의 죄수복을 입고 있는 할리퀸이 병실 방탄유리 너머 뒤돌아 앉아 있었다.

 

‘할리퀸.’

 

‘…….’

 

대답이 없다. 보통 대답이 없는 경우는 없었다. 이 유쾌한 아가씨는. 근데 대답이 없다. 배트맨이 다시 묻는다.

 

‘할리퀸. 조커는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이지?’

 

조커라는 말에 할리퀸의 고개가 올라가더니 뒤를 돌아 배트맨을 본다.

 

‘그는 고담이라는 아가씨에게 미소를 주는 광대야. B맨……. 그리고 늠름하고 멋진…….’

 

‘아이아빠…….’완전히 돌아선 할리의 품안에 아이 크기의 인형이 안겨져 있다. 얼굴이 희게 색칠되어있고 눈 주위가 새카맣다. 게다가 입 부위는 양옆으로 쫙 찢어져 있었다. 감기지 않은 인형의 눈이 마주친다. 마치 인사를 받는 것만 같다. 할리가 인형을 재우려는 듯 배를 살살 두드리면서 말한다.

 

‘아이는 나보다 당신을 더 좋아해. 고담을 좋아해.’

 

그녀의 눈이 몽롱한 가운데 눈빛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하지만 날 더 좋아해. 내가 그의 아이 엄마니까. 그는 날 보지 않아. 내가 그를 보면 매일 날 안 보고 눈을 감고 있어. 그는 달라졌어. 앉아서 너만 생각하면서 웃기만 해. 하지만 난 그에게 아이를 주었다고.’

 

할리퀸의 목소리엔 슬픔이 담겨 있다.

 

‘그는 당신을 더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 아이도…….’

 

몽롱한 눈빛으로 말하던 할리퀸의 눈에 불꽃이 튄다. 가지고 있던 인형으로 유리벽을 두들긴다. 일그러진 그녀의 눈에 시퍼런 광기의 불꽃이 일어났다.

 

‘내 아이. 그래! B맨, 모든 게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미스터J를 가져갔어! 내 미스터J를! 그는 자신의 아들을 보고 ‘당신의 J’라고 했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그는 우리의- 아이도- ‘당신의 J라고’ 했어! 너만 생각하고- 너랑 재미있게 놀 거란 말이야! 미스터J는 널 사랑해! 날 봐주지 않아! 미스터 J가 날 봐주질 않아! 이 재수 없는 박쥐새끼! 난 박쥐[Bat]가 아니야! 그냥 우리 사이를 방해하는 시궁창 쥐[Rat]새끼야! 꺄아아악! 꺄아아악! 아악-! 죽어버려!’

 

수용실 안쪽에서 발악하는 할리퀸을 배트맨이 조용히 보고 있다. 동요하지 않는 모습에 오히려 독이 오른 할리퀸은 가지고 있던 인형으로 계속 유리를 때린다. 이윽고 그 소리를 듣고 직원들이 달려왔고, 유리를 때린 충격으로 인형의 머리가 날아가자, ‘내 아기!’라며 놀란 얼굴로 할리퀸이 정성스럽게 인형을 보듬었다.

 

‘내 불쌍한 아기…….’

 

‘할리퀸 가만히 있어!’

 

‘조금만 더 있으면. 정말로 그가 돌아올 거야…….’

 

‘배트맨. 괜찮소?’

 

‘볼일은 끝났소.’

 

직원이 도착할 때 쯤. 할리퀸은 인형을 꼭 감싸 안은 채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배트맨에게 경비가 다가와 부르면 그는 뒤돌아서서 이 광기로 가득한 미로의 출구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흐느끼는 할리퀸의 목소리가 여리게 들려왔다.

 

‘불쌍한 아기, 너도 배트맨한테 아빠처럼 되겠구나. 배트맨이 나쁜 거야……. 배트맨이 나쁜 거야…….’

 

차를 타고 가는 그에게 알프레드의 수신이 온다.

 

‘뭐지. 알프레드.’

 

‘방송을 보셔야 하겠습니다. 지금.’

 

그의 말에 한손으로 방송 채널로 돌리면, 뉴스 하나가 나오고 있었다.

 

[‘……웨인 타워에서 로빈의 코스튬을 입은 채로 발견된 시체의 두부[頭部]훼손 정도가 심해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며…….’]

 

청장실에 앉아있는 고든은 아파오는 머리를 누르면서 웨인 타워에서 별견된 시체의 보고서를 읽었다. 보고서에 올라오는 이야기를 굳이 안본다고 해도 이미 알 수 있다. 조커의 소행이다. 보고서 안쪽의 사진만 봐도 몸서리가 처진다. 그런 그의 사무실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면 경찰관 한명이 작은 소포를 매우 조심스럽게 들고 서 있었다.

 

‘뭐지?’

 

‘저기, 청장님. 배트맨 앞으로 소포가 왔습니다.’

 

 

 

밤이 오면 바로 배트 시그널을 켜야겠다.

 

 

 

해가 진 시각, 배트맨의 주된 활동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올 때까지 그는 동굴로 돌아가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해보고 증거와 자료를 찾고 있었다. 할리퀸이 말한 조커와 그녀의 아이, 3개월 동안의 할리퀸의 행적, 그리고 갑자기 조커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조커의 독이 달라졌다. 더 흉악해진 것이다. TV에서 살인예고를 보냈다. 그러나 누굴 죽일지에 대해선 예고가 없었다.

 

‘오늘을 빠르군. 고든.’

 

배트맨이 옥상에 나려오면서 고든에게 짧게 인사한다. 이번엔 로빈과 동행하지 않았다. 로빈은 다른 곳에서 이미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렇지. 그래서 자네에게나 나나. 긴 밤이 될 것 같군. 배트맨. 웨인타워의 로빈옷 사망자의 신원을 알아냈는데……. 그 머리부분 훼손 때문에 검시관이 힘들었다고 하더군. 신원은 해리슨 로윈. 다른 시에서 6개월 전 탈출한 정신병원 환자 중 한명이라네.’

 

그가 자료를 받아서 본다. 배트맨의 눈에 죽기 전까지 심하게 머리부분을 구타당했다는 글이 보인다. 사용된 흉기로는 ‘쇠지렛대’. 이건 분명 배트맨의 ‘그 일’을 자극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 ‘비극’ 이후 배트맨은 얼마나 큰 상실감에 빠졌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입고 있던 옷을 찍은 사진을 보니 제이슨이 입었던 것과 비슷한 모양의 옷이 피떡이 되어 찍혀있었다. 허리띠도 꽤 비슷하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옷이다.

 

‘그렇다면 이 도시에 탈출한 환자들이 있다는 예기가 되오. 고든.’

 

‘그렇지. 정말, 환장하겠군……. 분명히 그 미친놈이 끌고 온 거야. 그리고.…….’

 

배트 시그널 옆의 고든이 말한다.

 

‘조커가 자네한테 보낸 거라네.’

 

고든이 한숨을 쉰다. 받아든 소포엔 '당신의 J‘라고 쓰여 있다. 자필로 쓴듯하다. 조커의 자필 서명. 보통 조커는 카드를 보내거나 화려하게 방송을 했다. 그런데 소포에 자필. 처음 있는 일이다. 예의 그 조커의 아이와 관계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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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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